떠남과 돌아옴을 반복하는 삶 속에서 익숙했던 것이 낯설어지고 낯설었던 것이 익숙해지는 기묘한 감각을 탐구해왔다. 일상 속에서 불현듯 다가오는 낯섦은 나의 감각과 존재를 더욱 또렷하게 일깨웠다. 이에 일상 풍경을 오래도록 관찰하며 낯설게 보이는 순간을 화면에 담기 시작했다. 특히 상반된 성질이 교차하는 상태를 주목한다. 얻는 것과 잃는 것이 공존하는 아름답고 서늘한 이 상태는, 물리적 이동을 넘어 내면의 풍경이 변화하는 순간으로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세계가 관계하고 있음을 바라보게 한다. 나의 작업은 일상을 관찰하는 것을 넘어 삶과 존재 자체를 자각하는 일이다. 이에 나와 타인이 어떻게 함께 살아가고 있는지를 살피며 다름을 수용하는 교환의 과정이다.
최근 개인전 《Whispering Slit》(2025, 별관)에서는 꾸준히 이어온 “창문 시리즈”에 새로운 시도를 선보인다. 이전에 미묘한 변화가 축적된 하나의 상을 보여주었던 방식에서 벗어나 생동하는 변화를 좇아 유동적인 감각의 흐름을 조명한다. 이는 현재를 살아가는 나의 움직임이자, 정적인 풍경 속에 잠재된 감정과 시간의 결을 따라가며 순간순간 달라지는 인식을 시각화하려는 시도이다. 작품 속 “창”은 내부와 외부가 맞닿은 ‘사이 공간’으로, 나의 시선으로 출발해 관객의 시선을 흔들고, 자기 감각의 틈으로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게 한다.
2025. 6. 13
임다인